Jun Kim – Myself (The Arts Label / 2018)
준킴 – Guitar
김성완 – Alto Sax
김창현 – Bass
김선기 – Drums
자유즉흥 통한 심도 깊은 자아성찰!
작년 이맘때 즈음 앨범 <Cosmic Aesthetic>을 발표했던 기타리스트 준킴이 한 해가 다 가지않은 작년말경에 또 하나의 신작을 (소리소문없이) 만들어냈다. <Myself>라는 타이틀대로 이 앨범은 철저히 자신에게로 포커스가 향해 있으며, 트랙 명만 봐도 이 작품의 컨셉이 무엇인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전작과 비교해 바라보는 지향점이 정반대에 가깝지만 그의 음악적 성향, 표현방식은 (당연하게도)어느 정도 전작과 유사하게 이어진다. 전체의 연주에서 자유즉흥의 비중이 아주 높다는 것(트랙에 따라 완전한 자유즉흥으로만 이뤄진 것도 다수 있는 것으로 들린다), 관조적이며 차분한 톤으로 연주의 흐름이 이어져간다는 점은 비슷한 맥락. 물론 몇 가지 다른 점도 존재하는 데 일단 편성에서 색소폰이 포함된 쿼텟 형태로 대부분이 녹음되었다는 점과, 아무래도 주제가 아티스트 자신과 그 주위의 인간관계를 두고 이야기하는 점이 크다 보니, 즉흥연주의 전개나 녹음된 방식에서 좀 더 담백하고 소박한 느낌을 전해주는 면이 일부 있다. 이를테면 전작에선 즉흥연주의 표현도 좀 더 추상적이며 스케일이 크고 유장하게 진행되고 녹음 또한 앰비언트를 더 강조하는 식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그게 상대적으로 줄어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필자의 귀에는 두 작품이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이 들린다. 무엇보다 이 두 작품을 통해서 그가 바라보는 세계관이 그려지는데, 우주를 바라보는 거시적 관점과 자신과 주변, 내적인 면을 들여다보는 미시적 관점이 결국 준킴이라는 자아를 가진 존재를 통해 투영되고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그것이다. 다소 철학적이고 자아성찰적인 주제와 음악이기에 전체적인 사운드가 차분하고 관조적인 것과 별개로 준킴을 비롯한 멤버들이 표현해내는 즉흥연주는 조성의 영역과 전위의 영역을 두루 섭렵하고 있으며, 다양한 감성의 편린을 담아 연주한다. 특히 앨범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연주의 밀도감이 더욱 높아지는데 ‘Teacher’, ‘Friend’, ‘Dreamer’에서 무조성과 정형화되지 않은 리듬으로 프리한 연주를 구사하다 마지막 곡 ‘Jun Kim’에서 짧지만 앨범의 대미에 걸맞는 엔딩으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 된다. 데뷔 초부터 준킴의 음악세계를 지켜봐 온 필자는 다양한 장르적 성격의 음반을 그간 시도해오다 최근들어 자유즉흥연주에 심취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작품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타협이나 대중적 접근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좋게 바라봄직한데, 작품의 내용도 허툰 구석 없이 탄탄하다.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김창현과 함께 구축한 홈 레코딩 형태의 스튜디오 탈(Tal)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이들의 시도는 한국 국내뮤지션들(재즈뿐만 아니라 인디까지 포괄하는)들이 창작만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갑갑한 현실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해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선례라고 생각한다. 다른거 제쳐두고 하고 싶어 하는 음악세계를 계속 구축해나가고 있는 그는 분명 우리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볼 가치가 있는 뮤지션이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출처: http://www.mmjazz.net/review/2221